러시아 남쪽 시골 마을의 소는 정말 팔자가 좋습니다. 우선 코뚜레를 하지 않습니다. 다음에 좁은 우리에 갇혀 살지 않습니다. 아침에 날이 밝으면 대문이 열리고 동네 소들이 한집 한집 나오기 시작 합니다. 마을길 한켠으로 줄지어 어슬렁 어슬렁 걸어 갑니다. 공터나 언덕에 널린 풀들을 게으르게 뜯다가 한낮에는 오수를 즐깁니다. 싫컷 자다 먹다 자다 먹다 하다가 해가 지면 용케도 제집을 찾아 돌아 옵니다. 대문은 열려 있고 자기 외양간으로 들어가 잠을 잡니다.

아침이면 팅팅 불은 젖을 짜러 주인이 나옵니다. 젖 2항아리쯤 짜주고 나면 소는 또 어슬렁 어슬렁 밖으로 나갑니다. 시골집의 우유는 다 자기 소가 내주는 젖 입니다.

그것을 우유로 마시고, 그 우유로 스미따나도 만들고, 그 스미따나로 버터도 만들고...

한 템포 느리게 가도 좋은 라르고(Largo) 무공해 삶 입니다.